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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서도 K-ARCHITECTURE가 가능할까?





이제는 ‘한류’라는 말도 식상하다. K-POP, K-DRAMA, K-CULTURE.. 하는 식으로 K를 붙여야 그럴듯해 보인다. 그래서 ‘건축에서도 한류가 가능할까?’라는 제목을 썼다가 K-ARCHITECTURE라는 말을 붙여보았다.


어느 순간 우리나라 문화가 ‘대세’가 되어버렸다. 일본에서 JYP가 한국 방식으로 트레이닝 시킨 아이돌 그룹이 인기라고 한다. 일본 청소년들의 꿈은 단순한 아이돌이 아니라 K POP 아이돌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어린 시절 X JAPAN을 듣고 일본 에니메이션을 보면서 ‘아.. 일본 문화는 우리나라보다 확실히 한 수 위구나’ 라고 생각했던 것이 너무나 격세지감으로 느껴진다. 심지어 그 시대를 지배했던 서태지의 ‘태지’도 X JAPAN 멤버 중 한 명을 동경해서 지은 이름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지금은 조작논란으로 퇴출되었지만, 아내가 워낙 좋아해서 ‘프로듀스 101’란 프로그램을 즐겨본 적이 있다. 한 해는 일본 아이돌 연습생 절반, 우리나라 아이돌 연습생 절반으로 참가자를 꾸려서 진행한 적이 있는데, 일본 연습생의 수준이 너무 형편없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우리나라 연습생들은 기성 아이돌 그룹을 방불케 할 정도로 춤과 노래 실력이 완성되어 있는데, 일본 연습생들은 초등학교 학예회 율동 수준을 보여주니 심사위원들이 한숨을 쉬며 난감해했던 모습이 기억난다. 나도 ‘어, 원래 아이돌의 원조는 일본 아닌가? 왜 이렇게 수준이 형편없지?’란 생각을 했었다.


‘청출어람’이란 말이 있다. 쪽에서 나온 푸른 빛이 원래 꽃보다 더 푸르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아이돌의 원조는 물론 일본이 맞다. 초창기 아이돌 그룹의 구성이나 포맷 등은 일본에서 가지고 온 게 맞는데, 우리나라에 도입된 뒤에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원조를 추월해버린 것이다. 일본 아이돌 그룹은 그냥 ‘귀엽게 봐 주는’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그 수준을 극도로 향상시킨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만의 ‘치열하고 집중적인’ 문화, 예전에는 ‘빨리 빨리’로 비하되었던 스피디하고 역동적인 문화가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돌 연습생들은 데뷔하기 위해 몇 년간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친다. 학업도, 친구도, 가족들과의 관계도 제쳐두고 하루에 열 시간이 넘는 연습을 한다. 한 사람의 일생을 볼 때 그다지 좋은 과정으로 보긴 힘들지만,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의 황금시간을 놓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그래서 은퇴 후에 도박 등 그다지 좋지 않은 경로로 가는 사람들이 많은 듯 하다). 기획사들도 아이돌 그룹을 성공시키기 위해 완전히 최적화되어있다. 서로 잔인하게 떨어뜨리는 선발 과정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러한 소위 ‘빡센’ 우리나라 문화가 가열차게 그들을 다그쳐왔기 때문에 K POP의 성공신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성공한 한국 드라마들도 ‘빡센’건 마찬가지다. 드라마들도 치열한 경쟁 속에 자극성이 날로 높아져서 소위 ‘잔잔한’ 드라마를 본 지가 오래다. 사람들이 이제 잔혹극을 보아도, 치정극을 보아도 무덤덤해지다 보니 어떻게 더 ‘잔인하게’ 보여줄지, 바람을 피워도 ‘얼마나 더 처절하게’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이런 게 세계시장으로 나가니 무덤덤한 것만 보던 사람들이 ‘한국인의 매운 맛’에 열광할 만 하다.


이것이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문화의 위상이 높아진 것만은 확실하다. 건축에서도 이러한 측면을 보여주는 것은 없을까? 난 개인적으로 ‘아파트’가 우리나라의 K-CULTURE를 확실히 보여주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난 작년부터 운이 좋게 신축 아파트에 들어와서 살게 되었다. 건축학도로서 예전부터 ‘아파트’는 죄악이라는 식의 말을 자주 듣고 살았다. 닭장 같은 집에서 다른 집과의 소통이 없다, 규격화되고 정형화되어 있다, 차별화된 개인의 삶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숨막히는 도시 생활의 전형이다, 돈만 밝히는 재테크 수단으로 건축을 비하시켰다.. 등등. 아파트를 향한 비난의 말들은 찾아보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달리 돌아보면 건축 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시장이 이 ‘아파트’다. 대한민국의 내노라 하는 대형 건설사들이 모두 달려들어서 싸웠던 곳이다. 그만큼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아이디어 경쟁도 치열했다. 발코니 확장, 작은 집에도 화장실 2개 만들기, 수납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펜트리, 밋밋한 거실을 꾸미기 위한 아트월.. 등등. 그러다보니 일반인이 볼 때 아파트가 단독주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살기 좋게 발전한 것이다. 건축문화의 측면이 아니라 ‘시장논리’의 측면에서 볼 때 확실히 그렇다.

나도 아파트에 살아보니 확실히 편리하다. 몇 가지 독보적인 장점들이 있다. 우선 초대형 지하주차장이다. 주택가에서 주차장을 찾아 몇 바퀴 헤맬 필요가 없고, 겨울에 눈이 온다고 아침부터 턴다고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 짐이 많아도 엘리베이터까지만 옮기면 아주 편하게 집으로 옮길 수 있다. 그리고 이에 수반되어 지상에는 차가 없다. 이것이 또 독보적인 장점이다. 차가 없다보니 아이들을 안심하고 놀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편리한 부대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쓰레기 등을 정해진 곳에 버리면 되고, 카페나 운동시설 등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비슷한 연령대, 비슷한 자산 상황에 있는 사람이 모여 살게 되니 놀이터 등에서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를 이루는 것도 장점이다. 이런 생활상의 유리한 점 말고도 부동산 자산으로서의 이점도 빼놓을 수 없지만, 이 글의 논점과 어긋나므로 논하지 않겠다.


이렇게 우리나라 아파트가 발전하게 된 것은, 앞서 말한 치열한 경쟁 문화 속에서 서로간의 장점을 벤치마킹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아파트가 해외에 진출한다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적인 측면보다는 저러한 시스템들이 너무나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종사하고 있는 소규모 건축시장에서 K-CULTURE의 가능성은 없을까. 내가 주목하는 것은 일단의 ‘젊은 건축가’ 그룹이다. 난 젊은 건축가 사무실들을 ‘걸그룹’에 비유하곤 한다. TV를 틀어서 가요순위 프로그램을 보면 수많은 걸그룹이 쏟아져 나온다. 당신은 아마 그들 중 대부분을 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하나같이 예쁘고, 몸매 좋고, 춤 잘추고, 노래 잘한다. 나쁠 것도 없지만, 그다지 차별성도 없다. 비슷 비슷한 느낌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젊은 건축가’ 사무실들도 비슷한 느낌이다. 다 같이 젊고, 가능성 있고, 디자인 잘하고, 감각 있고, 고집 있고, 건축 잘하는 사무실들이다. 모두 다 잘한다고는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는.. 그런 느낌이 들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BTS도 그 수많은 아이돌 그룹 중 하나였다. 나도 BTS가 누군지 잘 몰랐다. 그냥 그렇고 그런 아이돌 중 하나인줄 알았다. 그들의 무대를 봐도 ‘아 저런 애들이 인기가 있구나’했지 뭐가 다른지 잘 몰랐다. 그런데 어느 순간 세계 시장에서 알아봐주는 그룹이 되었고, 지금은 누구나 아는 그룹이 되어 버렸다. 아마 나처럼 그 분야를 모르는 사람이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장점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아이돌과 비슷하게, 지금은 수많은 ‘젊은 건축가’들이 경쟁하는 시대다.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놈이 그놈인 듯한’ 시장일 수 있지만, 각자 치열하게 경쟁하며 스스로의 생존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이런 환경 자체가 앞서 말한 ‘K POP'이 폭발적으로 성공한 환경과 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위 '집장사’라고 불리었던 저품질의 건축 시장이 축소되고 전반적인 건축시장의 수준이 올라가는 효과가 생겼다.


나 역시 ‘젊은 건축가’로서 다들 비슷하지 않나는 다소 자조적인 글을 쓴 적도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다들 다르다. 같은 벽돌을 쓰더라도 인방을 살리는지, 매지를 살리던지, 쪼개써 쓰던지간에 뭔가 다른 이야기를 하기 위해 부던히 애쓰고 있다. 이러한 치열함, 집요함 속에 한국인 특유의 오기가 있다. 좁은 부지, 열악환 환경 속에서도 ‘뭔가 다른 것을 만들고야 말겠다’는 그런 투지다. 이런 것들이 세계로 알려지게 되면 K POP이나 드라마처럼 인정받을 날이 오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니 나를 포함한 ‘젊은 건축가’분들이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 우리가 만드는 건축문화가 조만간 세계문화 속에 자리 잡으리라 ‘나는’ 믿는다. 물론 그것이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발전을 위한 치열한 고민과 적극적인 실천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나도 오늘부터 좀 더 나은 ‘나만의 건축’을 위해 좀 더 고민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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